가야의 숨결을 찾아 떠난 생생한 역사의 현장!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역사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북한 지역보다 중국 쪽에 폭넓게 분포된 유적지로 인해 고구려 역사의 중심이 중국으로 치우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고, 결국 그것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참담한 현실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 책『살아 있는 가야사 이야기』의 저자 박창희는 이러한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 스스로 다져놓은 역사의 토대가 너무나 허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우리의 관심과 연구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우리가 더 늦기 전에 튼튼히 다져놓아야 할 또 하나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700년 역사’를 지닌 고대왕국, 가야이다.
가야는 서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우리나라의 고대왕국이다. 불행히도 이것은 일본이 주장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4~6세기 고대 일본 정권이 200여 년간 가야 지역 등 한반도 남부에 식민지를 건설했다고 주장한 것에 많은 서양인이 호기심을 보인 탓이다.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일제강점기는 그들의 정치적 복고인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야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자취를 풍성히 남김으로써, 한국고대사의 화려했던 한 시절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남은 일은, 그동안 소외당하고 농락당한 가야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후손들의 노력뿐이다.
한국고대사의 재발견, 문화왕국 가야!
최근 20년간 한국고대사의 성과를 되돌아보면 가야사 연구가 단연 돋보인다. 가야사 논저는 물론 발굴보고서나 연구자 수에 있어서도 고구려, 백제, 신라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렇듯 가야 연구가 활발한 것은, 뒤늦은 발굴 탓도 있지만 가야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분 및 유물들의 가치가 역사책을 새로이 써야할 정도로 강력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마인물형 토기, 판상철부, 미늘쇠, 철갑옷, 왕묘 등 발굴 유물 하나하나마다 신비에 싸인 가야를 더욱 경이롭게 만들며 우리 고대사를 화려하게 채색한다. 이제 가야를 무시하고 삼국만을 논하게 되면 한국고대사는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가야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가야’라는 말조차 국명인지, 지역명인지 논란거리이며, 정확한 영역 역시 아직까지는 미스터리다. 철기·토기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문화 왕국을 이루고도 무슨 이유로 그토록 허망하게 사라졌단 말인가! 수로왕의 부인 허왕후의 고향은 과연 인도인가, 월광태자와 우륵은 각각 무슨 사연으로 가야를 등졌는지, 망국의 유민들은 진정 일본으로 건너갔는지 등 온통 의문투성이의 역사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는, 놀라운 철기술과 선진 토기제작술, 높은 농업생산력, 기마전단을 보유한 전쟁수행능력, 바다와 강을 이용한 항해술과 해운능력 같은 역동적인 가야의 참모습에 우리는 민족 문화의 원형을 다시 한번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잠에서 깨어나는 빛나는 역사, 가야의 모든 것
이렇듯, 국내외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야사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바로 『살아 있는 가야사 이야기』이다. 가야의 역사와 가야인의 생활상은 물론 최근의 연구 상황까지 가야사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가야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한 땀 한 땀 조각보 잇듯 복원돼가고 있다. 때로는 청동솥 하나, 토기편 하나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오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의 역사를 찾아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저자는 또한, 가야의 원류를 느낄 수 있는 중국부터 가야문화의 우수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일본열도까지 직접 발로 뛰어, 그야말로 한 편의 생생한 역사로 가야를 복원하였다.
저자와 함께 가슴 뜀의 현장, 700년 가야왕국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