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론의 기본 원리와 확률론을 위한 해석학적 방법들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1부에서 라플라스는 확률론의 기본 원리 열 가지를 제시했다. 그 내용은 확률의 정의, 기댓값, 조건부확률, 그리고 오늘날 베이스 정리에 해당하는 역확률 이론 등이다. 이어서 그는 확률론을 위한 해석학적인 방법들을 길게 설명하고 있는데, 자신이 개발한 생성함수 이론이 중심이 되는 이 부분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수학적이고 읽기 난삽한 부분이다. 읽기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수식을 사실상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통의 말로 모든 수학적인 이론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 방식은 이 책의 끝에 나오는 “확률 이론이란 근본적으로 단지 상식을 수학화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떠올려 본다면 수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확률 이론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라플라스의 흥미로운 시도가 거둔 효과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그리 너그럽지 못한 편이다. 예컨대 “오차의 확률은, 오차의 제곱에 마이너스 부호를 붙인 것과 오차 확률의 모듈러스라고 할 수 있는 상수계수를 곱한 것을 지수로 해서, 로그를 취했을 때 1이 되는 숫자를 거듭제곱한 것에 비례한다”처럼 여러 줄에 걸쳐 이어지는 복잡한 문장이 다름 아닌 정규분포 밀도함수식을 설명하고 있다고 곧바로 이해할 사람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확률에 대한 통계학적 응용
제2부에서 라플라스는 천문학, 측지학 등의 자연과학과 증언, 재판, 의회의 결정, 인구통계 등에 대한 응용 사례와 방법을 설명했다. 또한 확률을 구할 때 범하기 쉬운 잘못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한 다음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확률과 통계의 역사에 대한 설명도 짧게 덧붙였다. 분량으로 볼 때 제2부는 제1부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라플라스가 이 책에서 중점을 둔 것은 확률에 대한 수학 이론보다는 그 이론의 통계학적인 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